"실리콘밸리에선 사업 얘기부터 꺼내지 않는다"…SVC 서울서 미국식 투자 커뮤니케이션 논의
날짜
Aug 14, 2026
분류
글로벌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샘 하 파트너가 13일 서울 홍대 SVC Seoul 벤처파크 행사에서 미국 투자 생태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공유했다. 하 파트너는 회사와 제품 설명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나누는 것이 신뢰 형성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행사는 강연과 자기소개, 롤플레이, 네트워킹을 결합한 워크숍 형태로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내용실리콘밸리에서 통용되는 첫 대화의 순서가 한국과 다르다는 점이 국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리에서 제시됐다.
"업무냐 개인이냐가 아니라 개인적이냐 사적이냐"…경계선의 위치가 다르다
13일 서울 홍대 SVC Seoul에서 열린 벤처파크 행사에서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이자 UC버클리 하스 MBA 페컬티로 활동 중인 샘 하 파트너는 사업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에는 SVC Seoul 입주기업을 비롯해 투자사, 외국인 창업자, 스타트업 지원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하 파트너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개인적 연결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군가를 만나자마자 회사와 제품을 설명하거나 투자 이야기를 꺼내기보다 먼저 자신에 대한 개인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단순한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의 대화가 아니라 상대방이 창업자라는 사람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신뢰가 형성되고 이후 더 깊은 비즈니스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두 문화의 차이를 경계선의 위치로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업무와 개인적인 대화를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해 회의에서는 사업 이야기만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는 사적인 영역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지만, 실리콘밸리의 경계는 업무적인 이야기냐 개인적인 이야기냐가 아니라 개인적인 이야기냐 사적인 이야기냐에 가깝다는 것이다. 업무 공간에서도 개인적인 경험이나 가족, 관심사, 성장 배경 등 자신을 설명하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공유하되, 상대방이 불편해할 수 있는 지나치게 사적인 영역은 선을 넘지 않는다.
하 파트너는 이러한 개인적 연결이 결국 판매와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형성돼야 고객에게 제품을 팔고 투자자에게 회사를 설명하고 인재에게 합류를 설득하는 과정도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과거 매출·학력, 실리콘밸리는 비전과 가능성"…참석 창업자들의 반응
행사에 참석한 창업자들은 평가 기준의 차이를 언급했다. SVC 멤버십에서 입주사로 전환한 김준 겁쟁이 사자들 대표는 한국은 과거 매출이나 학력 같은 정량적 지표를 중시하는 반면 실리콘밸리는 창업가의 비전과 미래 가능성을 본다는 설명이 특히 와닿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충남 지역에서 AI 데이터 분석 사업을 진행해왔으며 현재는 NFC 기반 스마트 명함을 활용한 B2C 인맥 관리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원기관을 거친 접점의 효과를 언급한 사례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인 송유상 밀레니얼웍스 대표는 정부 기관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사를 만나면 한 번 걸러졌다고 여겨지는 측면이 있고 특히 외국 회사는 더 신중하게 들어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VC에서 진행한 외국 투자자 대상 IR 행사에서 수상한 뒤, 해당 기사를 본 다른 투자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밀레니얼웍스는 AI 테마파크를 집 앞에서 경험할 수 있는 SaaS 플랫폼을 개발하며 디즈니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입주기업 44곳,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은 별도 선정…수요 기반 기획 강조
올해 4월 문을 연 SVC Seoul은 서울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스타트업 허브로, 현재 44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2인실부터 10인실 이상까지 사무공간을 제공한다. 입주사와 멤버십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IR, 창업 단계별 교육·컨설팅, 커뮤니티 및 네트워킹,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은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별도 선정 과정을 거쳐 실리콘밸리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집중 지원한다.
임희선 SVC Seoul 글로벌팀 팀장은 프로그램 기획 과정에서 입주 기업과의 1대1 소통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하며, 민간 코워킹스페이스와 공간 사용료는 비슷하지만 지원금과 오픈이노베이션 사업 참여 기업 지원,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지원이 함께 제공된다고 말했다. 송 대표 역시 홍대 AK플라자 같은 곳에서 팝업을 열려면 수천만 원이 드는데 SVC는 1층에서 팝업 스토어 기회를 제공한다며, 뷰티·IP·K-컬처 기업들을 선발해 같은 업종끼리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화법이 아니라 신뢰가 형성되는 순서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제품과 숫자에 앞서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 이뤄지고, 그 위에서 판매와 투자, 채용이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참석 창업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평가 기준의 차이까지 고려하면, 해외 자본을 겨냥하는 국내 팀에게는 자료의 완성도만큼이나 첫 대면의 설계가 별도의 준비 영역이 된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